파랑
가을의 기도/김현승 본문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 가을의 기도/김현승
까마귀가 없었다면 이 시는 얼마나 평범했을 것인가.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가 없었다면 이 시는 얼마나 심심했을 것인가.
커피 한 잔은 어둡고 쓰고
가을은 그 어둡고 씀을 마른 나뭇가지 위에 앉은 까마귀처럼 예감하는 계절.
사랑도 고독과 몸을 섞은 사랑임에랴.
사랑의 궁극은 고독이었고.
견고한 고독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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