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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의 못을 뽑고/복효근

하상욱 2019. 7. 3. 11:18

사랑했었노라고 그땐
또 어쩔 수 없었노라고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도 모를 너를 찾아
고백하고도 싶었다

​-그것은 너나 나의 가슴에서 못을 뽑아버리고자 하는 일

​그러나 타이어에 박힌 못을 함부로
잡아 뽑아버리고서 알았다
빼는 그 순간 피식피식 바람이 새어나가
차는 주저앉고 만다

​사는 일이 더러 그렇다
가슴팍에 대못 몇 개 박아둔 채
정비소로 가든지 폐차장으로 가든지
갈 데까지 가는 것
갈 때까지는 가야 하는 것
치유를 꿈꾸지 않는 것
꿈꾼대도 결국 치유되지 않을 것이므로
대못이 살이 되도록 대못을 끌어안는 것

​때론 대못이
대못 같은 것이
생이 새어나가지 않게 그러쥐고 있기도 하는 것이다

​- 타이어의 못을 뽑고/복효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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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웃는다.
건강하게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때로는 거칠게 사는 사람도 있다.
다들 살고자 하는 것이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다들 꼭꼭 감춰놓은 상처가 있다.
웃는 얼굴 얼핏 눈가에 어리는 어두운 그늘이 보일 때가 있다.
가슴 한구석에 커다란 대못 하나가 아프게 박혀 있는 것이다.
이 시를 읽고 어쩌면 그 대못 하나가 그 사람을 살리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대못 하나가 박혀 있음으로 해서 그 사람은 더욱 살려고 몸부림치고 있는 게 아닐까.
그 박혀 있는 대못이 그 사람을 너그러움으로 사랑으로 더욱 깊게 빛나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아름답고 글썽글썽한 일이겠냐만
설혹 그것이 그 사람을 더욱 경계시키고 문을 닫고 더욱 거칠게 살게 한들 그것을 이젠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야 살 수 있다면, 그래야만 견딜 수 있다면 그렇게 살라고 해주고 싶다.
아버지 임종 시 산소호흡기를 떼면서 이런 잔인한 일이 또 있겠는가 싶었다.
꼭 아버지 가슴에 박힌 대못을 뽑아드리는 일 같았으니.
자기 가슴에 박힌 대못을 보검처럼 생각한다면 세상에 못 이룰 것이, 못 이룰 사랑이 없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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